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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펀.jpg 비가 내리던 지난주 토요일, 넬슨에서는 뉴질랜드 집권 국민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전날 밤 전국에서 국민당 주요 인사들이 비행기를 이용하여 속속 도착했다. 넬슨 전당대회장 안에는 5백여 명의 당원들이 집결해 있었고 그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년 총선에 앞서 또 한번의 승리를 다짐하는 전당대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요즘과 같은 사회 분위기와 여론이라면 내년 총선에서도 국민당 승리는 확실할 것이다.

 

승리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역대 가장 약체라고 할 수 있는 노동당 지도부와 지리멸렬한 분위기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국민당 전당대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승리의 기대 속에서 치러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위기가 마냥 축제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전당 대회장 밖에서는 2백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서 정부 정책을 규탄하고 있었다.

 

국민당 정부가 최근에 처한 사회적 난제는 적지 않다. 부동산 정책에서 어떤 획기적인 것을 내놓지 않을 경우 민심 이반은 계속될 것이다. 여기에 뉴질랜드 국가 이미지도 역사상 최악의 지경에 이르렀다. 폰테라 박테리아 오염 분유 사태로 야기된 뉴질랜드 국가 이미지의 훼손은 이제 국제적 망신이자 가십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영국 주요 언론은 뉴질랜드 100% 청정 브랜드 구호를 100% 동물 배설물(manure)이라는 식으로 가십하고 있다. 뉴질랜드 집권 국민당으로서는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그러던 차에 전당대회에서 국민당 당수 존 키 총리는 뉴질랜드 국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금까지 뉴질랜드 국기를 바꾸자는 논의는 줄기차게 있어왔다. 그러나 이번 존 키 총리의 발표는 시의적절 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국기를 바꿈으로써 뉴질랜드 국가 이미지를 일신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국기와 호주의 국기는 사실상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흡사하다. 국기는 그 나라를 상징한다. 한국의 태극기와 같이 뉴질랜드 국기도 뉴질랜드를 상징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 뉴질랜드 국기는 결코 뉴질랜드를 상징할 수 없다. 뉴질랜드 국민들조차 뉴질랜드 국기와 호주 국기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두 나라의 국기를 나란히 게양하거나 흔들 경우 사실상 똑같은 국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존 키 총리가 주장하는 새로운 뉴질랜드 국기는 검정 바탕의 실버펀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영국 연방을 상징하는 유니온 잭에 남십자성을 넣은 현재 뉴질랜드 국기에서 실버펀으로 대담하게 바꾸는 것을 말한다.

 

존 키 총리는 왕정주의자다. 공화정주의자가 아니다. 영국 여왕 체제를 적극 지지하는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정을 상징하는 국기를 대담하게 실버펀으로 바꾸자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국기가 역할을 다할 수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참고로 가장 최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기를 바꾸는 것에 찬성하는 국민이 61%, 반대하는 국민은 39%였다. 아마 여왕만 반대하지 않는다면 실버펀으로 바꾸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 순간에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있다. 돈이다. 국기를 바꾸는 것이 한 가정의 문패를 바꿔 다는 것처럼 간단한 일인가? 그래도 바꿔야만 한다면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다. <소니 리 soniele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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