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321>흩어지는 백인들과 뭉치는 아시안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첨부 수정 삭제

Otago_Girls_High_School_main_block,_Dunedin,_NZ.jpg


뉴질랜드에 이민을 와서 처음으로 집을 마련하고 거주하기 시작한 곳은 오클랜드 엡솜이었다. 오클랜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아이들의 학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처를 그곳에 마련했다.

 

두 딸을 위해 여학교가 있는 곳을 찾다 보니 갈 곳은 엡솜이나 노스쇼어 일부 지역이 고작이었다. 시내로의 접근성을 생각해서 하버 브리지 건너는 것을 포기하고 엡솜에 자택을 마련했다.

 

엡솜에 살면서 느낀 것은 뉴질랜드 사회도 학군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서울에서 느꼈던 강남 8학군이 오클랜드에도 존재했다. 학군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 사력을 다하는 이민자들은 결국 프리미엄을 주고 주택을 매입하게 된다. 엡솜에 살면서 아시안 이민자들의 교육열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시안들의 이민 목적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교육일 것이다. 그런 탓인지 엡솜 일대 아시안 인구가 점점 늘어갔다. 해를 거듭할수록 한 집 건너 중국, 인도,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대만, 홍콩 이민자들로 둘러싸이게 됐다.

 

어느덧 백인 키위들이 하나 둘씩 이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하거나 학교를 졸업할 때쯤이면 어김없이 흩어지는 백인들을 볼 수 있었다. 백인 키위들이 사라진 자리를 아시안 이민자들이 채웠다. 아시안들의 집중거주 습성을 이해하면서 뉴질랜드 인구 지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인종별 인구 지도는 뉴욕이나 시드니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아시안은 집중 거주하는 습성이 있고, 백인들은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하는 습성이 있다. 공원이나 비치에 가도 이 같은 상반된 습성은 그대로 드러난다. 아시안들은 모여서 먹고 마시고 노는 습관이 있고, 백인들은 삼삼오오 혹은 혼자서 산책을 하거나 선탠을 즐기면서 독서를 즐긴다. 비치에서 혼자 있는 아시안은 결코 드물다. 이 같은 인종적 특징은 거주형태에서도 이어진다. 아시안들은 모여서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또한 그런 주거문화를 편하게 느낀다. 반면에 백인들은 집단적 거주형태를 싫어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을 드러낸다. 재테크에 능한 백인들은 아시안들의 집중적 거주문화를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고 있다.

 

아시안들이 몰려오면 백인들은 때를 기다렸다가 아시안들에게 자신들의 부동산을 처분하고는 흩어진다. 혹은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는다고 해도 임대를 주고는 외곽지역으로 빠져나간다. 마치 치고 빠지는 식이다. 기다리고 처분하고, 다시 외곽에서 한 템포 기다렸다가 다시 처분하고 빠진다. 아시안들은 일부 집중지역을 놓고 지들끼리 치고 받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백인들은 아시안 이민자들이 집값을 올리고 있다고 손가락질 한다. 오클랜드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시드니, 멜번, 뱅쿠버, 뉴욕 등 아시안 이민자들이 몰리는 도시에서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흩어지는 백인들과 뭉치는 아시안, 시간이 흐르고 누가 더 유리한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해외에 살아도 아시안은 그들의 섬에 갇혀 사는 식이다.

<소니 리 sonielee09@gmail.com>


  1. <322>산 너머 남풍이 불어올 때

    바람이 분다.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바람에는 방향이 있다. 계절도 있다. 계절풍이라는 말이 그래서 있다. 코리아반도의 바람은 이렇다. 동풍은 샛바람이고 봄바람이다. 서풍은 하늬바람이고 가을바람이다. 북풍은 된바람이고 겨울바람이다. 남풍은 마파...
    Reply0 file
    Read More
  2. <321>흩어지는 백인들과 뭉치는 아시안

    뉴질랜드에 이민을 와서 처음으로 집을 마련하고 거주하기 시작한 곳은 오클랜드 엡솜이었다. 오클랜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아이들의 학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처를 그곳에 마련했다. 두 딸을 위해 여학교가 있는 곳을 찾다 보니 갈 곳은 엡솜이...
    Reply0 file
    Read More
  3. <320>저 푸른 초원 위의 집은 그림이 아니다

    뉴질랜드에 이민을 온 뒤로 한동안 녹색의 꿈을 꿨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던 녹색의 세상이 펼쳐졌다. 끝없이 펼쳐진 녹색 평원을 바라보는 것은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은 충격이었다. 녹색 평원과 파란 하늘의 만남은 어느 화가가 그렸던 그림 속의 풍경이었다. 그...
    Reply0 file
    Read More
  4. <319>뉴질랜드 주차장 왕국 윌슨 파킹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하다 보면 같은 브랜드 로고를 많이 보게 된다. 도대체 오리지널이 어디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웨스트필드 쇼핑, 하비노먼, 레벨 스포츠, 딕스미스, 렙코, 슈퍼칩, 버닝스, 메드랍, APN, 엘제이후커, 스폿라이트, 마이터텐, 트랜스필드, 스...
    Reply0 file
    Read More
  5. <318>오클랜드의 동지(冬至)

    북반구의 절기와 남반구의 절기는 정반대다. 북반구의 하지(夏至)는 남반구의 동지(冬至)이고, 북반구의 동지는 남반구의 하지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절기다. 북반구에서는 12월 22일 경이 동지의 절기이고, 남반구에서는 6월 21일 또는 22일이 동...
    Reply0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67 Next
/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