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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jpg 북반구의 절기와 남반구의 절기는 정반대다. 북반구의 하지(夏至)는 남반구의 동지(冬至)이고, 북반구의 동지는 남반구의 하지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절기다. 북반구에서는 12 22일 경이 동지의 절기이고, 남반구에서는 6 21일 또는 22일이 동지의 절기다. 바야흐로 오클랜드는 이번 주말부터 동지 절기로 들어간다. 이번 주말을 고비로 서서히 낮의 길이가 길어진다. 동지부터 낮이 길어지니까 인간들의 삶은 점점 살기 편해진다. 그래서 동지는 고대문명에서부터 중요한 축제일로 삼았다. 특히 태양신을 숭배하던 페르시아 미드라교에서는 12 25일을 태양탄생일로 정하여 축제를 벌였다. 그런 미드라교의 동지 축제가 로마로 넘어가 크게 유행했고, 4세기경부터 현재 기독교의 크리스마스로 대체된 것이리라.

 

오클랜드의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면서 서서히 오클랜드 겨울도 한 고비를 넘기게 된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밝아오는 식이다. 햇빛은 건강에 있어서 절대적이다. 어떤 보약보다 햇빛은 더 건강에 유익하다. 하루에 30분 이상 햇빛을 쬐지 않고 살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 아이들은 성장기 발육부진을 경험할 수 있다. 식물만 햇빛을 쬐어야만 잘 자라는 것이 아니라 인간도 마찬가지다. 햇빛이 부족하면 근시가 될 확률도 높아진다. 밖에 나가 놀지 않고 집안에 처박혀서 게임만 하는 어린이는 반드시 근시가 되어 안경을 쓰게 될 것이다.

 

동지라고 하면 팥죽이다. 붉은 팥으로 죽을 쑤는데 죽 속에 찹쌀로 새알심을 만들어 넣는다. 팥죽 국물은 병과 귀신을 쫓는다고 해서 벽이나 문짝에 뿌리기도 한다. 오클랜드의 동지, 교민들이 팥죽을 쑤어 먹는지 알 수는 없다.

 

햇빛이 없으면 햇빛을 그리워하게 된다. 동지라는 절기에 축제를 한다는 것은 곧 나타나게 될 햇빛에 대한 소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오클랜드에서 10여 년 겨울을 나면서 햇빛이 그리웠다. 비와 바람이 계속되는 길고도 긴 겨울날, 춥고 습한 방에서 지루하게 보냈다. 벽에는 어김없이 곰팡이가 피어났고, 제습기의 물통에는 하루에도 서너 번 몇 리터의 물이 가득 찼다. 오후 4시가 넘으면 서서히 어둠이 밀려왔고, 아침이 되어도 햇빛은 찬란하기는커녕 비와 바람으로 스산했다. 그렇게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고향생각이 간절했다.

 

뜨거운 팥죽을 후후 불어가면서 먹던 뜨끈한 아랫목의 밥상이 더욱 그리웠다. 아무리 추워도 동짓달 기나긴 밤은 춥지 않았다. 심지어 얼음이 둥둥 떠있는 동치미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먹던 동짓날 밤참 기억도 있지만 춥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클랜드 동지는 삭풍도 불지 않고, 영하의 매서운 강추위도 없다. 그럼에도 춥다. 그것은 아마도 노루꼬리처럼 짧을지라도 있어야만 하는 햇빛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낮이 짧아도 그 짧은 낮에 햇빛이 있다면 양지를 찾아서 웅크리는 인간이다. 그런데 그런 한 뼘의 햇빛도 허락하지 않으니 춥다. 오클랜드 동지에는 반드시 팥죽을 쑤어야겠다. 햇빛이 없다면 자가발전을 해서라도 정겨운 인공 햇빛을 만들어야겠다. <소니 리 soniele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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