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자넷 프레임 (Janet Frame) - 노벨문학상 후보에 빛나는 대작가

by 굿데이 posted Oct 18,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첨부 수정 삭제

1.jpg


영화내 책상 위의 천사에는 부풀려진 빨강 곱슬머리와 뚱뚱한 몸을 가진 뉴질랜드 시골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소녀는 특이한 외모와 심한 소심증 때문에 그야말로 친구라곤 하나 없이 왕따를 당하지만, 실은 예민한 감수성과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가진 특별한 아이다. 사춘기에 이르러서도 다른 여자 아이들처럼 외모나 이성에 관심을 가지는 대신 소설과 시를 사랑하는 그녀는 굴곡 많은 남은 생을 오직 글쓰기에 대한 열정으로 헤쳐나간다. 이 영화는 뉴질랜드의 작가 자넷 프레임이 쓴 세 권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하여 역시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여성감독 제인 챔피온이 1990년 제작한 것으로, 아름다운 뉴질랜드의 풍경과 함께 주인공의 삶과 내면을 풍부하고도 치밀하게 그려내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11권의 소설, 4권의 단편소설 모음집, 3권의 자서전, 시집, 아동도서들을 펴내었고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기도 한 이 시대 최고의 작가 자넷 프레임. 그러나 위 영화에서 그려져 있듯 자넷의 어린 시절은 소외, 가난, 비극으로 가득 차 있었다. 1924, 더니든 근처 작은 마을 오아마루(oamaru)에서 가난한 철도 노동자인 조지 프레임(Gorge Frame)과 로티 프레임(Lottie Frame)의 다섯 아이 중 셋째로 태어난 자넷. 그러나 여자 형제 중 셋 중 둘이 어린 나이에 각각 다른 익사 사고로 목숨을 잃고 오빠는 간질을 앓았으며 후에 결혼해 가정을 이룬 형제는 둘 뿐이었다. 이러한 비극적인 가족사는 감수성 예민한 자넷에게 큰 상처로 남게 되며, 불운한 가정환경과 자신 없는 외모로 악화된 특유의 소심증과 대인기피증이 오래토록 그녀를 따라다니게 된다

 

그늘진 배경 속에서도 뛰어난 지성을 품고 있던 자넷은 오아마루 노스 스쿨과 와이타키 걸즈 하이스쿨을 거쳐 1943년에는 더니든 교사 학교에 등록해 인근 오타고 대학에서 영어, 불어, 심리학을 함께 공부해나간다. 그러나 1947년 더니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녀가 난데 없이 교실을 나가버리는 사건이 발생하자, 학교 위원회에서는 그녀의 부모에게 연락해 심각한 소심증을 가진 자넷에게 치료가 필요하다며 씨클리프 정신병원에 보내야 한다고 설득한다. 이 병원에서 자넷이 정신분열증을 가진 것으로 오진하는 바람에 그녀는 이곳 저곳의 정신병원에서 200회 이상의 전기충격요법을 받으며 무려 8년을 고통 속에서 보내게 된다.

 

1951,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던 자넷은 단편소설 모음집인 첫 번째 책 『늪,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The Lagoon and Other Stories)을 발표하는데, 정신분열증 치료를 위해 곧 뇌엽절제술을 시도할 예정이었던 그녀의 담당의는 자넷이 이 소설로 허버트 교회 기념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수술 일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한다. 자넷의 뛰어난 문학적 재능은 선구적 뉴질랜드 작가인 프랭크 사지슨(Frank Sageson)의 눈에 띄어 이후 그에게서 오클랜드 타카푸나에 있는 집필실을 제공받게 되며, 이곳에서 자넷은 1954년에서 55년까지 첫 번째 소설 『올빼미는 운다』(Owls Do Cry)를 완성한다. 사지슨은 그녀가 좋은 글쓰기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외국 여행을 해볼 것을 계속해서 권유한다.

 

 1956년에 정부 문예기금을 받게 된 자넷은 7년 간 런던, 이비자, 안도라에서 머무르면서 다채로운 외국 생활과 치열한 글쓰기 활동을 통해 불행했던 어린 시절과 정신병원에서의 경험, 그리고 너무도 수줍음이 많은 자신의 성격을 조금씩 치유해나간다. 런던으로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뉴질랜드인 존 머니(John Money)의 지도로 공부했던 정신과 의사 알란 밀러(Alan Miller)가 자넷은 정신병자가 아니라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는데, 이 일로 인해 오래 전 오타고 대학에서 만난 스승이자 친구이기도 하였던 존 머니는 평생토록 자넷과의 우정을 지속하게 된다.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1963년 뉴질랜드로 귀국한 자넷은 이 시점에 그녀의 첫 번째 자서전을 끝마친다. 병적인 수줍음, 낙인과도 같았던 지독한 가난, 그리고 못생긴 외모로 인한 어린 시절의 상처가 이 자서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타고 대학의 문학 장학금인 번즈 펠로우쉽(Burns Fellowship)을 받게 된 자넷은 더니든, 오클랜드, 타라나키, 왕가누이, 호로페누아 등 뉴질랜드 여러 지역에서 거주하며 글을 써 나간다. 1983년에 문학부분에 대한 공로로 대영제국의 CBE 훈장 수여, 1989년에 『카르파티아 산맥』(The Carpathians)으로 커먼 웰스 작가상 수상, 1990년에는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뉴질랜드 훈장 수여, 뉴질랜드의 두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도 한 그녀는 쓰는 작품마다 찬사를 받으며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2003년도에는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면서 더욱 큰 주목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는 매우 예의바르고 상냥하며 유머감각도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자넷이 인터뷰에 응하거나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은 극히 드물었으며, 가끔 미국과 영국에 있는 친구들을 방문하고 뉴욕, 토론토, 하와이, 멜버른, 크라이스트처치, 웰링턴 등지에서 열린 문학 페스티벌에 이따금 모습을 드러낸 이외에는 가능한 한 은둔하면서 사적인 삶을 살았다. “글쓰기가 내 삶을 구원해주었습니다.” 자신의 삶에 문학의 빛이 던져 준 행복을 이 짧은 한 마디로 표현했던 자넷 프레임은 2004년 문학부문 뉴질랜드 총리상을 수상한 직후 74세의 나이로 고향 더니든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김지영 기자

?

  1. 09Nov
    by

    마리 클레이 (Marie Clay) - 세계적인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교육자

  2. 26Aug
    by

    이안 애스필드 (Ian Athfield) - 웰링턴의 이름 있는 건물들을 설계한 건축가

  3. 27Jun
    by

    베아트리스 틴슬리 (Beatrice Tinsley) - 은하계 진화에 대한 연구로 공헌한 천문학자

  4. 13Jun
    by

    찰스 업햄 (Charles Upham) - 2차 대전 중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두 번 받은 군인

  5. 31May
    by

    더글러스 라이트 (Douglas Wright) - 뉴질랜드 최고의 안무가로 활동하는 무용가

  6. 21May
    by

    대니언 로더 (Danyon Loader) - 아틀란타 올림픽 금메달 2관왕의 수영선수

  7. 30Apr
    by

    제프리 콕스 (Geoffrey Cox) - 영국의 텔레비전 저널리즘을 선도한 저널리스트

  8. 20Oct
    by

    렌 라이 (Len Lye) - 실험 애니메이션과 키네틱 아트로 유명한 예술가

  9. 04Dec
    by

    더글러스 릴번 (Douglas Lilburn) - '뉴질랜드 클래식 음악의 대부'로 불리는 작곡가

  10. 22Oct
    by

    잭 러브록 (Jack Lovelock) - 뉴질랜드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11. 18Oct
    by

    해롤드 윌리엄스 (Harold Williams) - 58개 언어에 능통했던 언어의 천재

  12. 18Oct
    by 굿데이

    자넷 프레임 (Janet Frame) - 노벨문학상 후보에 빛나는 대작가

  13. 18Oct
    by

    에드먼드 힐러리 (Sir Edmund Hillary) - 인류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한 산악인

  14. 18Oct
    by

    테 랑이 히로아 / 피터 벅 (Te Rangi Hiroa / Sir Peter Buck) - 최초의 마오리 의사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