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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겨울, 제법 춥다. 살아본 사람만이 안다.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데 무슨 추위냐고 우긴다면 제대로 살아본 사람이 아니다. 살면 살수록 춥다. 겨울에 몸을 뎁히는데 히레사케만한 게 없다. 히레는 물고기 지느러미를 말하고, 사케는 일본말로 술이다. 일본사람들은 청주를 뎁히고 거기에 태운 복어 지느러미를 넣는다. 참 묘한 술 맛이다. 뜨거운 술을 넘기면서 몸을 뎁힌다. 후끈 달아오르는 취기와 더불어 추위는 사라진다. 이민 오기 전 용평스키장에서 히레사케를 마시고 신나게 스키를 탄 적이 있다. 특히 야간 음주스키(?)는 짜릿하다. 리프트를 타고 슬로프 정상으로 오를 때면 제법 추운데 히레사케 몇 잔 마시고 오르면 별거 아니다.

 

뉴질랜드 이민 와서 히레사케를 제대로 마실 수 없었다. 일식집 갈 형편도 안되고, 히레도 구하기 힘들고, 일본 사케도 비싸서 그저 생각만 할 뿐이었다. 모든 게 아쉬우면 통하는 법이다. 뉴질랜드에는 싸고 좋은 와인이 많이 있다. 와인을 뎁혀서 마시면 될 것이 아닌가? 실제로 키위들 가운데 와인을 뜨겁게 뎁혀서 마시는 사람은 없는가? 있다. 있어도 많다. 독일출신들은 글루바인(Gl?hwein)을 마신다. 레드와인에다가 오렌지 껍질이나 클로브(Clove), 시나몬(Cinnamon) 스틱 등을 넣고 끓여서 마신다. 이때 설탕이나 꿀을 넣는다. 프랑스 출신들은 이런 술을 뱅 쇼(Vin Chaud)라 하고, 미국에서는 뮬드 와인(Mulled Wine)이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서 오렌지나 레몬을 넣고 끓이는 경우도 있고, 계피를 넣고 끓이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히레사케도 이런 뜨거운 술의 한 종류일 뿐이다. 생선을 좋아하는 민족이다 보니 복어 지느러미를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추위하면 캐나다일 것이다. 캐나다는 단풍 시럽이 유명하다. 캐나다 사람들은 적포도주에다가 단풍시럽을 넣고 끓인다. 이 뜨거운 술을 카리보(Caribou)라고 한다. 퀘벡주 겨울 카니발에서 가장 유명한 술이 바로 카리보다.

 

추운 오클랜드 겨울을 보내면서 나도 뜨거운 와인을 만들었다. 나의 뮬드 와인은 이렇다. 20달러 내외의 적포도주를 산다. 그것도 박스 와인이다. 3리터 박스와인이 20달러정도니 참 저렴하다. 뮬드 와인을 만들면서 굳이 좋은 와인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와인 맛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박스와인에다가 계피를 넣고 생강을 넣는다. 그리고 레몬도 듬뿍 넣고, 20-30분 끓인다. 마실 때에는 꿀도 한 스푼 넣어서 마신다. 술이 아니고 그야말로 겨울철 보약이다.

 

계피를 넣는 이유는 계피 성분 때문이다. 심장을 강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특히 가을이나 겨울철 뱃속이 냉하다고 생각되면 계피를 넣고 끓인 와인 한잔을 마셔보는 것도 좋다. 오클랜드 겨울도 춥지만 겨울 밤은 더욱 춥다. 비는 내리고, 갈 곳은 없고, 시간은 지루하다. 이때 뜨거운 와인(mulled wine)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레서피는 필요 없다. 스스로 만드는 것이 전설의 레서피가 되는 것이다. <소니 리 soniele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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